[일상의 재발견] 모르는 것이 힘이다
요즘 사람들 참 많이 안다.
한 시간 뒤 일기예보 부터
출 퇴근길은 몇분 걸리는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손가락 한 번으로 전문적인 지식까지
그런데 얼마 전에 일상에서 재미난 인사이트를 발견한 일이 생겼다.
일기예보에 없던 폭설이 온 날의 일이었고
덕분에 ‘모르는 게 힘이 되기도 한다’라는 걸 경험했던 일이다.
퇴근을 할 때쯤 차를 가지고 퇴근을 하느냐 마느냐 와이프와 상의를 하다가
결국 쏟아지는 눈을 뚫고 퇴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회사 근처의 교통 상황은 대부분의 차들이 거북이걸음이었고
심지어 바퀴가 헛돌아 사고 난 차들 그리고 뒤 돌아 있는 차도 다수 있었고
너무 갑작스러운 폭설이라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보기로 우린 결정했고
저녁 먹을 시간이라 햄버거를 테이크 아웃해 먹으면서 출발하자고 얘기했다.
출발하려는 순간, 아침에 본 누군가의 카톡 프로필의 글이 생각났다.
반드시 빨리 도착해야 하는 이유가 없기도 했지만
아침에 봤던 그 글이 생각나 내비게이션도 찍지 않고 출발했다.
그랬더니 언제 도착할지 모르던 그 날의 퇴근 길이 조금 특별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까 시간이 걸리는 것도 짜증 나지 않았고
정체 덕분에 쏟아지는 눈을 유리창 밖으로 만끽할 수 있었고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까 와이프랑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했고
정체 덕분에 햄버거를 천천히 먹으며 갈 수 있었고
그렇게 평소보다 오래 걸려 겨우 도착했을 때는 무사 도착한 게 또 얼마나 감사했는지
이렇듯 몰라서 얻게 된 ‘힘’을 몸소 체감한 날이었다.
다음 날에 들은 뉴스인데 강남에서 분당까지 4시간이 걸렸단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
어쩌면 너무 많이 알아서
오히려 소소한 재미를 잃어버린 체 살고 있진 않는지
혹은 알아낼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그것이 통제 됐을 때 더 초조하고 불안한 건 아닌지
이렇듯 가끔은 일부러 모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