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영감] 2023 3/3 한 사람의 포트폴리오
얼마 전에 회사에서 팀장 발령을 받아서 같이 할 팀원을 찾던 중 유독 눈에 들어온 포트폴리오가 있어 소개해볼까 한다.
대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지원자는 인턴 때 참여했던 프로젝트들을 포트폴리오의 거의 대부분의 페이지에 걸쳐 소개했다. 하지만 현업에서 일하는 내가 봤을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고 심지어 이슈된 캠페인도 아니었기에 비중을높여 다룬 점이 의아했다. 게다가 포트폴리오의 룩이나 컨셉도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다 생각되어 덮어두었다.
그러던 중 혹시나 하고 한 번 더 열어봤다가 페이지 구석에 있던 URL을 발견하게 되었고, 정확하게 그 동영상을 본 후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a short essay
하지마, 하지만 (Don’t, But)
학교 과제로 만들었던 스스로에 대한 숏 에세이 필름이다.
포트폴리오를 제출한 지원자와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의 임펙트가 있었다.
직접 스크립트를 적고 사진을 찍고 편집하고 노래 선정에 2D그래픽 작업까지. 지원자 본인만의 색깔이 담긴 게 인상적이었고 원석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에서 하온[HAON]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었다.)
신입 지원자들이 흔히들 하는 실수가 있다.
본인의 생각과 색깔이 담긴 것 보다 현업에서의 경력들을 내세우려고 한다는 것.
소히 얘기하는 ‘중고신입’을 선호하는 업계 특성상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지만 주부가 바뀐 거 같아 안타까웠다.
지원자를 만나 들은 말 중에 인상적인 것이 있어 남겨본다.
나>
숏필름 에세이가 너무 좋았어요. 사실 포트폴리오만 보고 아니다 싶었다가 해당 영상을 보고 만나봐야겠다 생각 들었고 포트폴리오 전반적인 구성에 대해서도 피드백 해주고 싶었어요.
지원자>
감사합니다. 좋다고 말해주시니 이걸 어떻게 어떤 느낌으로 만들어야 할지 생각을 떠올렸을 때, 가장 나다운 거라 생각했기에 스크립트도 자연스럽게 써졌고 노래도 생각났고 마무리 까지 즐기면서 했던거 같아요.
나>
그럼 이걸 메인으로 내세우고 그 뒤로 본인 색깔이 조금 덜 뭍어 있지만 현업에서의 경험들같은 거 붙이는 건 어떨지 구상해보셨어요?
지원자>
그렇게 몇 번 해본 것도 같은데, 반응이 크게 없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했고 그러다 보니 현업에서의 경험들을 앞세우 게 된 거 같아요.
학생 때를 떠올려 보면 나도 어느정도 그랬던 거 같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했었던 거 같다.
인지도 있는 큰 회사에서 시작하는 것도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결과겠지만, 회사 규모를 떠나 내가 가진 진가를 알아봐주는 곳에서 의미있게 시작하는 것도 나름 괜찮은 결과라고 믿었던 것.
한 지원자의 포트폴리오를 보며 든 생각이었고 평소 좋아하던 문장이 떠올랐다. ‘시스템이 원하는 것에 나를 맞추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만드는 것’
이상적일 수도 있는 이런 얘기에 업계에 계셨던 대선배님이 같은 얘기를 해주시는 것 같아 괜히 마음이 든든해진다.
그 책의 제목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이고 곧 출간 예정이다.